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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책방

흰 (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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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차

1.

2. 그녀

3. 모든 흰

 

. 내용

흰 것에 대해 쓰겠다고 결심한 작가는 목록을 만든다.

강보

배내옷

소금

얼음

파도

백목련

흰 새

하얗게 웃다

흰 개

백발

수의

 

이렇게 글은 시작한다.

흰 것을 보면서 그는 죽음과 삶에 대해 적어 내려간다.

살아있다면 나의 존재가 없었을 언니와 오빠의 죽음, 그 죽음을 평생 놓지 않았던 엄마의 죽음.

그리고 여러 죽음을 맞이하며 흘러가는 나의 삶. 새로운 탄생, 나의 아이.

흰색을 통해 날카로운 감정이 다가온다.

 

. 감상

아름답고 순수한 흰색의 것들에서 죽음을 그려낸다.

예전에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며 이 작가의 신경은 몹시 섬세하고 날카롭고, 그래서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아픔을 그대로 바라보며 그걸 몸속에서 다시 글로 만들어 내기 까지 작가는 어떤 고통을 겪었을까?

 

나는 얼마 전까지도 사실적인 전쟁영화나 역사물을 잘 보지 못했다. 그건 현실이었기 때문에, 그 등장인물들의 아픔, 물리적인 아픔까지 느껴야하기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볼 수 없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취재하고 하나의 글을 만들어 다시 적어 내는 작가를 보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을 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번 책은 짧고 사진도 섞여 있어 신변잡기적인 에세이려니 하며 읽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압축적인 글에 담긴 죽음을 바라보는 서늘한 감정들이 더 깊이 느껴진다.

제발 죽지마라며 바라보는 엄마의 기억, 그 기억을 평생 가슴속에 넣고 살아가는 엄마, 언니 대신 삶을 받은 나의 부채의식과 그리움, 엄마와 언니, 그리고 여러 죽음에 대한 위령제.

아직 죽음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화자는 이제 죽음을 받아들이고 제대로 된 애도를 하고자 한다.

 

글 속에서

  부서져본 적 없는 사람의 걸음걸이를 흉내 내어 여기까지 걸어왔다. 꿰매지 않은 자리마다 깨끗한 장막을 덧대 가렸다. 결별과 애도는 생략했다. 부서지지 않았다고 믿으면 더 이상 부서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그러나 몇 가지 일이 그녀에게 남아있다.

  거짓말을 그만둘 것.

  (눈을 뜨고) 장막을 걷을 것.

  기억할 모든 죽음과 넋들에게- 자신의 것을 포함해- 초를 밝힐 것        - 110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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