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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책방

<참 괜찮은 태도>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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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박지현

<15년 동안 길 위에서 만난 수많은 사람들에게 배운 삶의 의미>

 

주말 저녁 하루를 마무리하고 밤은 늦었지만 그냥 자기에는 아쉬워 이리저리 텔레비전을 돌려보다 이 프로그램이 걸리면 더 이상 리모컨을 누르지 않고 보고는 했던 프로그램이 다큐멘터리 3이었다. 방영시간을 기억하고 기다렸다가 볼 정도는 아니지만, 걸리면 한참을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보게 되는 프로그램. 비슷한 예로는 한국인의 밥상걸어서 세계 속으로라는 프로그램도 있다.

 

다큐멘터리 3이라는 다큐멘터리의 비디오 저널리스트로 활동했고 현재는 유 퀴즈 온더 블록의 다큐멘터리 디렉터로 일하는 사람이 엮어낸 책이 <참 괜찮은 태도> 이다.

 

이 책에 대한 정보를 먼저 알고 읽을 책을 정하지는 않았다.

우리 지역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하고 교환행사를 하기에 집에 있던 안 읽는 책 2권을 들고 가서 바꿔온 책이다.

그러고도 바로 읽지 않고 올해가 다 지나가도록 기다리다 이제야 책을 열었는데, 예상외의 몰입감으로 이틀 만에 다 읽었다.

 

생생한 현장체험이 그대로 묻어난 56개의 이야기를 촘촘하게 엮어낸 작가가 아주 성실한 사람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마 현장에서 일을 할 때도 이렇게 마음과 몸을 다 해서 일했을 게 분명하다. 취재하는 상대를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한 도구로 보지 않고 그 사람에게 몰입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으려고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아마도 다큐멘터리 3일이 재미있었던 것도 제작에 몸담은 사람들의 태도가 우러났기 때문일 것이다.

 

두껍지 않은 책에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어 하는 작가의 욕심도 느껴졌다. 글씨 크기가 다른 책에 비해 작았다. 삶의 현장에서 만난 여러 사람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으리라 생각한다. 가슴 벅찬 순간들, 삶과 인간의 아름다움을 느낀 순간을 나만 간직하기 아까워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을 것이다.

책은 어렵지도 무겁지도 않게 우리 보통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을 담아 들려준다.

책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마음을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졌다. 이 책을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50개가 넘는 각 이야기마다 마음속에 새기고 싶은 삶의 교훈이 있다. 다 기억하지 못하고 잊히는 게 아쉽게 느껴진다.

 

그 어떤 순간에도 사람을 수단으로 대해서는 안 된다. 하루 열심히 일하고 저녁 맛있게 먹고 즐겁게 놀면 그만이다. 한 사람이 나한테 오는 것은 그의 일생이 오는 것이다. 멋지다면 쉽지 않고 쉽다면 멋지지 않다. 마음이 너덜거릴 조짐이 보이면 우선 자기 내면의 아이를 대접해 줘야한다. 등등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교훈이지만 평상시에는 잊고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들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들려준다.

 

나는 귀가 참 얇은 편이다. 읽는 글에서 영향도 많이 받는다.

무서운 책을 읽으면 세상 모든 것이 무섭고, 우울한 이야기를 읽으면 몹시 우울하다. 여행 관련 책을 읽고 진짜로 그 나라로 여행을 가기도 했다.

이 책은 따뜻한 책이다. 나는 다른 사람을 따뜻하게 보고 있나? 나는 다른 사람들에게 따뜻한 사람인가? 한참을 반성했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저자인 올리버 색스가 생전에 남긴 말을 적어두고 싶다.

무엇보다 나는 이 아름다운 행성에서 지각 있는 존재이자 생각하는 동물로 살았다. 그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난 특권이자 모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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