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점
- 8.8 (2023.05.24 개봉)
- 감독
- 최승연
- 출연
- 박성일, 공민정, 임지호, 전신환, 송덕호, 최준혁
1. 내용
그야말로 비인기 종목인 단거리 국가대표 선발전. 참여하는 사람들 외에는 관심이 없는 자리지만 선수들에게는 인생이 걸렸다. 10초에 인생이 걸린 것이다.
은퇴만 남은 신기록 보유자인 현수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운동을 그만둔 다음 상황이 두려워 내려놓지 못한다. 같은 단거리 선수였던 지현은 은퇴 후에도 삶은 계속 된다며 용기도 주지만, 할 수 있을 때까지 해보라며 묵묵히 지켜봐주기도 한다.
최고의 자리를 잃을까 두려운 정호는 일등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 코치는 심정적으로는 이를 찬성할 수 없지만 상황에 이끌려 동조자가 된다. 예선 일등이 기쁘지 만은 않은 이유다.
만년 3등, 유망주였지만 운동에 대해 절박함이 없는 준서는 팀 해체 우위기에 놓이자 국가대표가 되어야 하는 절박함이 생기고, 육상부가 해체되어야 정규직이 되는 선생님의 갈등도 깊어간다.
2. 감상
내가 칼 루이스 이후로 이렇게 열심히 단거리경기를 본 적이 있었던가?
단거리 육상이라는 낯선 소재 속에서 일등을 하고 싶고, 내 자리를 놓치기 싫고, 이게 아니면 다른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사람들이 달린다. 그것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들의 마음은 선수들 보다 더 애가 탄다.
나는 야구를 즐겨본다.
처음에 야구를 볼 때는 컴퓨터 게임 속 캐릭터처럼 그냥 운동선수의 역할 하나만을 보기 시작한다. 그러다 그 선수의 성장배경, 뒷이야기, 이 선수와 저 선수의 관계, 훈련과정 등을 더 세세히 알게 되면 선수 개개인에게 애정이 생긴다. 야구 경기의 선수들 플레이 동작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그런 플레이가 나오는 이유와 과정도 알게 되면서 야구를 더욱 즐기고 좋아하게 된다.
간혹 올림픽같은 큰 대회에서 비인기종목을 대할 때 우리 마음은 그 선수를 게임 속 NPC 대하듯한다. 그냥 달리는 캐릭터인 것이다.
이 영화는 그 달리는 등장인물에 인생사를 더하고 감정과 절박함과 애절함을 더한다. 경기 장면과 더해서 사람들의 사는 모습도 쫀쫀하게 보여준다.
맑은 하늘 아래 펼쳐지는 단거리 경기는 누구에게는 이제 육상을 그만두고 다른 인생을 살아갈 계기가 되고, 누구에게는 스프린터로서 삶을 이어갈 기회를 준다.
단거리 육상선수들 특유의 마른 몸이 보여주는 배우들의 노력도 돋보인다.
실제 국가대표 코치진에게 한 달 넘게 트레이닝을 받아서 현역 못지않은 자세와 기량을 보였다는 후문도 있다.
개인적으로 달리기를 못한다. ‘잘 못한다’라고 적기에는 너무 못한다.
어릴 때부터 숨이 턱까지 차오를 때까지, 가슴이 터질 때까지 달려본 기억이 없다.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
나이 들어 생존을 위해 했던 운동들도 내 몸이 허락하는 정도만 했다. 수영도, 요가도. 지금은 오래 걷기를 하는 중이다.
사실 달리기뿐만 아니라 무엇이든 하얗게 불태웠다고 생각될 만큼 해본 적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현수가 미련의 끄트머리까지, 더 이상 달기기를 할 기회가 없을 때까지 달리기에 매달리고, 끝나고도 경기장을 떠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면서, 인생에 저런 장면 하나 남기지 못하고 늙어가는 나와 비교돼서 조금 마음이 저릿했다. 가장 감정이입이 잘 되는 캐릭터였다. 나이 떄문일 수도 있다.
매불쇼라는 유튜브 방송에서 소개하는 영화를 찾아보려고 노력한다. 영화 정보가 잘 없는 나에게는 독립영화도 소개해주고 오래된 영화도 소개해 주는 그 코너가 아주 유익하다.
이 영화도 그 방송에서 소개됐었다.
왓챠도 좋아한다. 왓챠를 좋아하는 이유는 상업적이지 않은 오래된 영화와 독립영화도 많이 볼 수 있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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