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을 키우면서 우리 집안에 자기 의지를 가지거나 나의 돌봄이 필요한 존재는 들이지 않겠다고 작은 결심을 하고 십년 넘게 작은 화분도 새로 들이지 않았다. 나는 나 자신이든 타인이든 정성을 다해 보살필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게으르다는 얘기다.
그런데 그동안은 다른 가족들이 반려동물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단호하게 안 된다고 말해왔지만, 이제 조금 숨 쉴 여유가 생겼는지 잠들기 전 강아지 고양이 영상을 찾아보는 시간이 길어졌다. 나는 강아지가 더 낫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고양이를 원한다. 그래서 고양이에 관심이 늘어나고 있던 차에 청도에 있는 예쁜 북카페인 오마이북에 들렀다가 고양이라는 소설을 보고 구입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작품을 처음 접한 건 <개미>였다. 5권이나 되는 장편이었지만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었다. 자세한 줄거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개미에 대한 그의 묘사가 큰 놀라움이었던 그때의 느낌은 그대로 남아 있다. 그리고 한동안 그의 작품은 제법 찾아 읽었다. 그리고 한동안 뜸하다가 <고양이>라는 제목을 보고 <개미>의 감동을 다시 받기를 기대하며 읽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냥 그랬다. <개미>를 읽었을 때보다 내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내용이 추상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쟁과 멸망을 이야기하는 전개가 느닷없기도 했다.
1권에서의 인간 간의 분쟁 장면과 고양이 펠릭스가 죽는 장면 등은 내가 감정이입을 제법 했나보다.
책 내용과는 크게 상관없지만, 요즘 전쟁 위협에 관한 실제 기사들을 몇 개 읽어서 더 몰입했는지 전쟁이 일어나는 꿈을 꾸기도 했다.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기사들이 실제로 나오고 주식이 폭락하는 이 시기에 하필 전쟁과 멸망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나 혼자서는 상당한 두려움에 휩싸인 상태다.
겨울 여행을 강원도로 가기로 해놓고 속으로 주저하고 있을 정도다.
그만큼 책이 몰입감을 주기는 한다. 고양이의 주도하에 인간이 포함한 다른 종의 동물들과 연합하여 쥐와 전쟁이 되는 장면, 교육을 통해 동물들을 교화시키고 그들의 지식을 후대에 전하고자 하는 그들의 바람이 조금은 허황되게 느껴지기도 한다. 동물을 키울 때 마음가짐 하나는 배웠다. 작가의 추신 6의 내용을 나중에 내가 반려동물 키울 때 떠올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몇 번 반복해서 읽었다.
“추신 6. 마지막으로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만약 여러분보다 덩치가 다섯 배는 크고 소통도 불가능한 존재가 여러분을 마음대로 다룬다면, 문손잡이가 닿지 않는 방에 여러분을 가두고 재료를 알 수도 없는 음식을 기분 내키는 대로 준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아이들 처지도 이와 비슷한데, 기간이 짧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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