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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형이 생을 마감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병마에 시달리다 떠나는 일을 겪으면 살아가는 일이 무상해진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며, 나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생각하게 된다. 될 대로 돼라.. 이런 심정은 아니다. 그냥 현재의 삶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싶고 다시 생각하고 싶다. 주인공은 딱 그런 상태였던 듯하다. 지금의 삶에서 조금 떨어져서 어린 시절 형과 엄마와 방문했던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다. 그곳에서 다시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주인공의 삶의 궤적과 함께 미술관 곳곳을 직접 방문하듯 설명하고, 실제로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에 있는 예술작품의 링크를 연결해서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는 친절함도 잊지 않는다. 각 장마다 나오는 작품들.. 더보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 사이좋은 부부와 아들 둘, 스스로가 행복하고 평범한 미국의 중산층 가정이라 생각했을 저자는 어느 날 꿈속에서라도 생각하기 싫은 어마어마한 사건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다. 착하고 다정하고 온순하다고만 생각했던 둘째 아들이 친구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녀의 아들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죽인 살인자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살인자의 엄마였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아들을 잃은 어머니였다. 그녀의 남편인 폴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고 그 곤경과 슬픔을 안으로 삭혀 나간 듯하다. 그러나 그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싶었고 자신의 아들의 이해하고 싶었다. 평범하게만 보였던 아들이 언제 그런 우울과 분노를 가졌으며 그렇게 오랫동안 우울증을 겪었으면서도 자신에게.. 더보기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 이창무 박미량 지음 ○ 살아가면서 경험하지 않아야 할 다양한 범죄들을 다양한 범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 범죄의 양상과 그 범죄들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알려주고, 그러한 범죄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피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정보 등을 쉬운 언어와 다양한 자료로 설명한다. 단순히 범죄에 대해서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 피해자 사회적 비난까지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도 보여준다. 경험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범죄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다. 어렵지 않게 설명하기 때문에 상식 수준에서 읽어두면 괜찮을 책이다. 이 책 속의 박수이론에 따르면 범죄는 범죄동기와 범죄기회가 만났을 때 발생한다. 범죄 동기가 생기더라도 그 기회가 원천적으로 주어지지 않으면 범죄 자체는 발생.. 더보기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를 읽고 전쟁과 섹스와 음식은 서로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기술을 발달시켜 왔다. 겉으로 보기에 그 셋의 상관관계를 알 수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의 기술을 받아들이며 그 기술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인간의 욕망이 강하게 반영된 삼위일체, 섹스, 폭탄, 햄버거를 대표로 해서  현대 과학기술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제목만 보고 사무실 점심시간에 가볍게 읽으려고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그 셋의 기술관계의 고리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집중력이 꽤 필요했다.  하지만 카메라, 전기레인지, 음식의 가공기술 등 우리 생활 주변에 있는 물품들에 얼마나 많은 기술들이 접목해 있는지를 설명해 주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더보기
총, 균, 쇠 이 책은 뉴기니에 사는 얄리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당신네 백인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개발해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우리 흑인에게는 우리만의 화물이 거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질문을 찾아내기 위해 인류 역사를 전체적으로 검토한다. 무기와 세균과 쇠붙이로 설명되는 소위 발달된 문명은 인종에 따른 차이 때문이라는 게으른 차별주의자들의 의견에 반박하고자 그는 인류의 역사와 모든 지리적 영향을 아울러 설명하고자 한다. 그가 보기에 인류의 역사적 차이는 환경의 차이, 지리적 우연과 생물지리학적 우연이 겹친 결과였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지리의 힘이 생각났다. 사피엔스의 저자는 총균쇠에 영향을 받았다고 자신의 책에 적었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리의 힘은 꽤 재미있게 읽었었다. 사피엔.. 더보기
프랭크 허버트의 <듄> 영화 을 아주 재미있게 봤다.  SF 판타지물인데 아주 우아하다고 생각했다.  평론가들은 영화화를 여러 번 시도했지만 듄의 방대함을 제대로 담지 못해 실패하다가 드니 빌뇌브가 성공한 것 같다고 했다. 몇 번의 영화시도가 실패할 만큼 대단하다는 원작이 궁금해졌다. 그리고 영화 2에서 어떤 상황들을 요약하듯이 툭툭 끊어지는 느낌을 주는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했고, 그 장면 전환들의 빈 곳을 책으로 메꾸고 싶었다.  책의 서사가 영화의 서사가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는다. 영화로 표현하기 위해 소설 속 몇몇 인물의 비중은 조정되었고, 그 인물들의 비중을 조정해서인지 뺄 수 없는 사건들은 다른 사람이 한 것으로 표현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책에서는 폴의 동생인 앨리아가 하코넨을 죽인 것으로 나오지만, 영화에서는 폴.. 더보기
<가여운 것들>을 보고 가여운 것들이 누구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벨라는 성인의 몸에 이식된 어린아이로 세상을 알아간다. 단어를 배우고 본능에 눈뜨다가 책을 읽게 되고 세상을 알아가며 자긴을 찾아간다. 몸은 성인이므로 영화 초반에 벨라가 보이는 모습이 조금은 충격적이다. 그러나 가난한 이들을 보고 현실을 바꾸고자 스스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며 벨라는 하나의 완전한 성인이 된다.성인이 되는 과정이 꼭 저래야 하는가?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건 영화적 장치라고 생각한다.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영화는 노골적이다. 노골적이기 때문에 영화를 끝까지 보게 되고, 보고 나면 개운하지는 않지만 몇 날 며칠을 생각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나오는 인물들도 뭔가 비틀어져 있지만 나름의 매력은 지니고 있다. 이 감독의 영화 중 처음 본 작품은 킬.. 더보기
<트위스터스>를 보고 오랜만에 재미있는 재난영화를 봤다. 영화 평론가들이 재미있다고 하는 평을 보고 볼까 말까 망설이다, 12세 이상 관람가라 온 가족이 보면 좋을 것 같아서 마뜩잖아하는 아이들을 약간은 억지를 부려 영화관으로 갔다. 예전에 다른 영화관에서 탑건 매버릭을 4D로 보고 몹시 실망했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별로라면 4D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4D관을 예매했다. 첫 기억이 안 좋았던 아이들도 "굳이?"라는 반응이었다. 이번 4D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회오리바람의 바람을 직접 맞다가 바람이 사라지면서 의자와 바람이 잔잔해지는 느낌이 좋았다.   회오리가 생기고 사라지는 과정을 잘 설명해 줘서 배경 지식이 없어도 좋다.  그 재해 속에서 피해받는 일반 시민들의 이야기도 잘 보여준다. 그냥 세상을 구하는 영웅의 이야기만..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