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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 ○ 사로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은 비타민C, 퀴닌, 모르핀, 마취약, 소독약, 살바르산, 설파제, 페니실린, 아스피린, 에이즈 치료제이다. 나도 가끔은 마취제와 진통제가 없던 시절의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보곤 했다. 마취제가 필요한 경우는 많이 없으니 무시하더라도 진통제가 없던 시절의 사람들의 삶은 어땠을까? 다들 겪는 고통이니 그냥 운명처럼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채 50살을 넘기기 어려웠으니 짙은 고통을 마주하기 전에 세상을 떴을까? 둘째를 낳으려고 병원에 누워있을 때였다. 제왕절개를 앞두고 나는 양팔과 양다리가 다 묶였고, 입에는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어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의사는 수술을 하러 들어왔는데 내 의식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10분도.. 더보기
<모모>를 읽고 ○ 미하엘 엔데 ○ 라는 부제의 소설이다. 책표지를 보거나 책 소개를 봐도 아이들에게 권장할 만한 소설 같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어른들이 읽어야 할 소설이다. 더 잘 살기 위해 시간을 맡기지만 더 힘들게 되고 더 불행하게 되는 인간들의 이야기이니, 어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를 되돌아보게 하는 글이다. 아직 시간의 촉박함과 시간을 쪼개서 부자로 살아간다는 의미를 잘 모를 아이들이 읽었을 때는 잘 이해할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이것도 나의 속단이고 편견일지도 모른다. 아이들은 아이들 나름대로의 범위에서 이 소설을 소화하고 이해할 수도 있다. 글은 쉬운 것 같지만 사실 시간을 두고 찬찬히 고민하면서 읽어야 할 소설이다. 시간을 쪼개고 나누어 많은 것을 이루는 것이 삶에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그 시간을 .. 더보기
<파과>를 읽고 ○ 구병모 ○ 책을 추천하는 프로그램이나 유투브나 팟빵 등을 가끔 본다. 그 곳에서 몇번은 추천을 받았던 듯 익숙한 파과를 도서관에서 마주치면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뭐 재미있을까봐? 라면 그냥 놔두고 나오곤 했다. 그런데 영화가 개봉한다는 소식을 듣고 영화랑 소설을 비교하길 좋아하는 나는 영화 개봉전에 책을 읽고 싶어졌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또 있는지 오전에 조회했을 때는 분명 대출 가능이던 책들이 다들 어디론가 대출되었고 조갑증이 생긴 나는 오랫만에 책을 사고 읽고 나서야 파과의 뜻을 알았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은 아직 영화를 보기 전이다.글의 분위기는 처연하면서도 그러나 햇살이 눈부실 것 같은 따스함은 잃지않는다. 자신의 정돈되고 화려한 손톱에 반짝이는 햇빛에 미소를 띠는.. 더보기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누구보다 사랑했던 형이 생을 마감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병마에 시달리다 떠나는 일을 겪으면 살아가는 일이 무상해진다. 삶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며, 나는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고 싶지 않아도 생각하게 된다. 될 대로 돼라.. 이런 심정은 아니다. 그냥 현재의 삶에서 조금 거리를 두고 싶고 다시 생각하고 싶다. 주인공은 딱 그런 상태였던 듯하다. 지금의 삶에서 조금 떨어져서 어린 시절 형과 엄마와 방문했던 미술관의 경비원이 된다. 그곳에서 다시 자신의 본모습으로 돌아갈 힘을 얻는 것이다. 주인공의 삶의 궤적과 함께 미술관 곳곳을 직접 방문하듯 설명하고, 실제로 메트로 폴리탄 박물관에 있는 예술작품의 링크를 연결해서 바로바로 찾아볼 수 있는 친절함도 잊지 않는다. 각 장마다 나오는 작품들.. 더보기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 수 클리볼드 ○ 사이좋은 부부와 아들 둘, 스스로가 행복하고 평범한 미국의 중산층 가정이라 생각했을 저자는 어느 날 꿈속에서라도 생각하기 싫은 어마어마한 사건의 한가운데에 서게 된다. 착하고 다정하고 온순하다고만 생각했던 둘째 아들이 친구들에게 총기를 난사하고 자살한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그녀의 아들은 친구들과 선생님을 죽인 살인자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살인자의 엄마였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사랑했던 아들을 잃은 어머니였다. 그녀의 남편인 폴은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 하지 않고 그 곤경과 슬픔을 안으로 삭혀 나간 듯하다. 그러나 그녀는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싶었고 자신의 아들의 이해하고 싶었다. 평범하게만 보였던 아들이 언제 그런 우울과 분노를 가졌으며 그렇게 오랫동안 우울증을 겪었으면서도 자신에게.. 더보기
<왜 그들은 우리를 파괴하는가> ○ 이창무 박미량 지음 ○ 살아가면서 경험하지 않아야 할 다양한 범죄들을 다양한 범주로 나누어 설명한다. 그 범죄의 양상과 그 범죄들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알려주고, 그러한 범죄들을 최대한 안전하게 피하기 위해 우리가 가져야 할 정보 등을 쉬운 언어와 다양한 자료로 설명한다. 단순히 범죄에 대해서 설명만 하는 것이 아니라 범죄 피해자 사회적 비난까지 감내해야 하는 어려움에 대한 공감도 보여준다. 경험하지 않으면 좋겠지만 범죄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마주칠 수 있다. 어렵지 않게 설명하기 때문에 상식 수준에서 읽어두면 괜찮을 책이다. 이 책 속의 박수이론에 따르면 범죄는 범죄동기와 범죄기회가 만났을 때 발생한다. 범죄 동기가 생기더라도 그 기회가 원천적으로 주어지지 않으면 범죄 자체는 발생.. 더보기
<섹스, 폭탄 그리고 햄버거>를 읽고 전쟁과 섹스와 음식은 서로 깊은 관계를 유지하며 기술을 발달시켜 왔다. 겉으로 보기에 그 셋의 상관관계를 알 수 없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로의 기술을 받아들이며 그 기술을 더 높은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인간의 욕망이 강하게 반영된 삼위일체, 섹스, 폭탄, 햄버거를 대표로 해서  현대 과학기술을 자세하게 설명한다.  제목만 보고 사무실 점심시간에 가볍게 읽으려고 시작했는데,  읽다 보니 그 셋의 기술관계의 고리들을 놓치지 않으려면 집중력이 꽤 필요했다.  하지만 카메라, 전기레인지, 음식의 가공기술 등 우리 생활 주변에 있는 물품들에 얼마나 많은 기술들이 접목해 있는지를 설명해 주기 때문에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더보기
총, 균, 쇠 이 책은 뉴기니에 사는 얄리의 질문에서 시작한다.  "당신네 백인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개발해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우리 흑인에게는 우리만의 화물이 거의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질문을 찾아내기 위해 인류 역사를 전체적으로 검토한다. 무기와 세균과 쇠붙이로 설명되는 소위 발달된 문명은 인종에 따른 차이 때문이라는 게으른 차별주의자들의 의견에 반박하고자 그는 인류의 역사와 모든 지리적 영향을 아울러 설명하고자 한다. 그가 보기에 인류의 역사적 차이는 환경의 차이, 지리적 우연과 생물지리학적 우연이 겹친 결과였다.  몇 년 전에 읽었던 지리의 힘이 생각났다. 사피엔스의 저자는 총균쇠에 영향을 받았다고 자신의 책에 적었었다.  개인적으로는 지리의 힘은 꽤 재미있게 읽었었다. 사피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