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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영화방

먼지로 돌아가다(Return to du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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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서북부의 어느 시골로 보인다. 형의 밑에서 거의 노예 같은 상태로 일하며 늙어가는 황씨는 친척들의 주선으로 돈을 주고 구잉이라는 몸이 불편한 여자와 결혼하게 된다.

처음에는 어색해했지만 곧 황씨는 배변장애까지 있는 구잉을 따뜻하게 배려하고, 이에 구잉도 마음을 열고 최선을 다해 황씨를 돕고 서로 의지한다.

어쩌면 모자라게 보일 지도 모르는 황씨는 남에게 빚지지 않고 살아가고자 하는 중국의 최하층민일 뿐이다. 남에게 피해도 주지 않고 받은 만큼 갚으려는 그의 마음을 사람들은 이용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중에 오래된 집을 철거하면 지원비가 나오는 정책이 시행되자 도시로 갔던 집주인이 나타나 갑자기 집을 철거한다며 황씨와 구잉을 쫓아내고 이에 황씨는 직접 집을 짓기 위해 고군분투하여 집을 완성한다.

돌 하나하나를 골라내 밭을 마련하고 진흙벽돌 한장 한장 만들어 집을 완성해 가며 행복한 앞날을 꿈꾸는데 구잉이 먼저 세상을 떠난다.

황씨는 하나하나 삶을 정리하고 그간의 빚을 모두 갚고 자신도 먼지로 돌아간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 영화나 책 내용을 최대한 쓰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냥 내 그 당시 내 생각과 느낌정도만 남기면 될 것이고, 혹시나 내 글을 읽는 이들에게 스포일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영화는 더 자세한 내용을 쓰고 싶은 마음을 누르면서 줄거리를 짧게나마 정리했다.

중국에서 상영 금지된 영화라 그런지 유튜브에서만 볼 수 있고 그나마 한글자막 처리되었던 영상은 저작권 문제로 지금은 영어자막으로 영화를 봐야한다.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영상이다.

 

영화의 배경이 1950년대쯤이 아니라 2022년 현재의 중국이라는 점이 충격적이다. 중국 극빈층의 삶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상영금지조치 된 것으로 보인다.

낙후되고 척박한 시골 상황도 안타깝지만, 순한 황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악랄함도 마음이 아프다.

황씨는 자신이 이용당하는 것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렇게 순응할 때 자신의 주변이 평화로워진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구잉을 만나고 그제야 다른 사람에게 오롯이 마음을 맡기고 그와 함께 할 미래의 행복을 꿈꾸던 것마저 황씨에게는 사치였나 보다.

황씨와 조곤조곤 대화를 나누며 그때야 환하게 웃던 순박한 구잉의 얼굴이 마음에 남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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