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바다를 끼고 있는 소도시 맨체스터를 떠나 보스턴에서 잡역부로 일하는 주인공 “리”는 지병을 앓던 형이 사망하자 고향으로 돌아온다. 고향에는 미성년자인 조카 패트릭이 홀로 남았고, 형은 자신과 의논도 없이 리를 후견인으로 지명했지만, 리에게는 이를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있다. 리는 맨체스터에서는 버틸 수가 없다.
영화 초반에서 삶의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 무표정으로 그려지는 주인공은 이유를 알 수 없는 폭력성을 보이기도 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자신은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럴 기회가 없었으니 신을 용서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간다고 아픔이 옅어지지도 않는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과 지나치는 시선 때문에 과거의 사건이 계속 생생하게 떠오르는 맨체스터에서는 버틸 수가 없다. 그렇다고 조카도 혼자 둘 수 없다. 조카는 자기 학교와 친구와 동아리를 떠나 삼촌을 따라갈 생각이 없다. 그래서 리는 방법을 찾고 다시 보스턴으로 떠난다.
리를 사랑하던 형은 리가 돌아오지 못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들을 맡긴 것은 리가 아픔을 조금이라도 털어내고 혼자만의 삶에서 나오길 원했던 것 같다.
마지막에서 리가 조카가 언제든지 들를 수 있도록 방이 2개 있는 집을 구한다는 모습에서 형의 바람은 조금이나마 이루어진 듯하다.
울거나 소리치지 않고 속으로 아픔을 온전히 받아내느라 문드러지고 있는 주인공의 모습이 절절하게 보이는 영화다.
728x90
'심야영화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굿 윌 헌팅을 봤는데...... (0) | 2024.05.18 |
---|---|
라이언 고슬링의 <드라이브> (0) | 2024.05.16 |
"작은 아씨들" 을 보고 (0) | 2024.04.23 |
듄 파트 2 (0) | 2024.04.12 |
<파묘>를 보고 (0) | 2024.04.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