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로 겐타로 지음/ 서수지 옮김
이 책에서 소개하는 세계사를 바꾼 10가지 약은 비타민C, 퀴닌, 모르핀, 마취약, 소독약, 살바르산, 설파제, 페니실린, 아스피린, 에이즈 치료제이다.
나도 가끔은 마취제와 진통제가 없던 시절의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보곤 했다. 마취제가 필요한 경우는 많이 없으니 무시하더라도 진통제가 없던 시절의 사람들의 삶은 어땠을까? 다들 겪는 고통이니 그냥 운명처럼 받아들였을까? 아니면 채 50살을 넘기기 어려웠으니 짙은 고통을 마주하기 전에 세상을 떴을까?
둘째를 낳으려고 병원에 누워있을 때였다. 제왕절개를 앞두고 나는 양팔과 양다리가 다 묶였고, 입에는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어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에서 의사는 수술을 하러 들어왔는데 내 의식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10분도 안 되는 시간이었지만, 내 의식이 사라지지 않고 수술은 곧 시작될 것 같은 그 시간이 너무나 무서웠다. 의사들이 실수로 날 마취하지 않으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을 진짜로 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되살아났다. 두통을 못 참는 내가 감기에 걸렸을 때마다 먹어대는 진통제와 마취제가 얼마나 고마운지......
그 외에도 소독약, 항생제, 그리고 치사량이 높았던 병을 치료하게 한 약들..
이 책은 약에 대해서만 설명하지 않는다. 그 약이 없었기 때문에 생겼던 병으로 인한 고통들과 그 고통들로 인한 역사적 사실을 설명한다. 약을 개발하기까지의 과정도 알려주고 그 속에 있던 노력과 우연한 발견과 영광을 서로 받기 위한 암투도 들려준다. 화학이나 생물학에 문외한이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약이 세균 또는 바이러스에 어떻게 작용하는 지도 설명하려고 애쓴다.
읽기 쉬워서 아이들한테도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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