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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의 추천책 800

<전쟁의 역설>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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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으로 일군 1만년의 역사- 에 대해 

 

전쟁의 역설 - 폭력으로 일군 1만 년의 역사 -

역사학자인 작가는 인류의 시작부터 2010년대에 걸친 긴 역사를 통틀어 연구하며 전쟁이 오히려 인류의 폭력성과 사망률을 낮췄다고 말한다. 전쟁의 과정에서 강력한 중앙집권적 권력이 생겨난다. 그 권력이 피지배층을 강력한 힘으로 관리하면서 개인 간의 폭력이 줄어들어 결국은 사망률을 낮아진다는 말이다.

 

역사학자인 이언 모리스의 논리는 어떤 면에서는 타당할 지도 모른다.

그도 책에서 몇 번인가 개인의 죽음과 아픔에 대해서 정당화 하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한다.

 

전쟁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권력을 한 곳에 집중하고, 그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제도가 생기게 된다. 전쟁을 수행할 주요 물자인, 인간이 필요하므로, 개인 간의 폭력을 정치적 힘으로 누르게 되면서 사적 폭력에 의한 사망률이 낮아지고 전체적으로 보면 더 안전한 사회가 된다는 말이다.

 

내 지식이 얕아 역사적으로 전쟁을 통하지 않고도 평화를 유지했다는 예시를 제대로 들지는 못하지만, 그런 예가 없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작가의 말에 전혀 동의하고 싶지 않다.

전체 역사를 통틀어 사망률이 낮아지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전쟁이라는 통시적으로 볼 때 일시적인 시기에 인간들은 그 속에서 두려움에 떨며 죽어가고 있는데.

 

전쟁에 참전한 이들의 두려움과 슬픔, 권력을 집중하기 위한 방법으로 민중에게 심어진 가지가지 신앙과 이데올로기 같은 믿음에 의한 어이없는 죽음들, 잡혀온 포로들의 참혹한 노예의 삶.

역사에 기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돌아봐지지 않는 그 많은 생명들을, 다른 이들이 더 안전해졌다고 전쟁의 좋은 점이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래서 이 책의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기는 했다.

전쟁통사 정도의 의미로 읽으면 나름 재미있게 볼 수도 있다. 첨부한 지도를 비교해가면서 읽어야 이해가 잘되기 때문에 그 정도의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 뻔한 전쟁사라 되지 않도록 흥미를 끌기 위한 요소로 사망률을 끌어들였다는 정도로 보면 될듯하다.

 

덧붙여 전문번역가가 아닌 사람이 전문서적을 번역했다는 단점도 보인다.

한때 번역가들의 어설픈 번역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번역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다. 예전에 다른 책을 읽을 때는 도저히 말이 이해되지 않아 원서를 찾아본 적도 있었다. 번역은 번역만 매달려서 해도 제대로 하기 힘든 작업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기자라는 다른 본업을 하면서 600쪽에 달하는 이 책의 번역이 매끄럽기는 어려웠을 것이라 생각된다.

근래에는 번역이 거슬려서 글이 읽기 힘든 경우는 잘 없었는데, 오랜만에 그런 번역서를 만났다.

 

며칠 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다시 전쟁을 시작했다.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어제는 어린이를 상대로 화형식을 행했다는, 차마 클릭해서 내용을 확인해 보기도 무서운 뉴스 제목이 포털사이트 상단에 걸렸다.

 

나는 내가 겪어보지 않은 상황에 대해서 그것을 이해한다고 말하지 못한다. 내가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전쟁이나 극도의 빈곤을 겪지 않은 내가 팔레스타인이 처한 상황의 어려움과 처참함을 이해한다고는 할 수 없으나, 인간적인 측은지심으로 마음속으로는 팔레스타인 편을 들고 있었다. 물론 내가 편을 든다고 달라질 것은 없지만…….

 

최근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사이의 화해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팔레스타인에 대한 이스라엘의 제재가 약해질 수 있다는 소식을 들었고, 어떤 중동 전문가는 중동에 평화가 깃들 것이라고 즐겁게 그 소식을 전했다.

 

그 평화의 흐름이 팔레스타인의 권리를 완전히 보장해 주지 못한다고 믿었는지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전쟁을 시작했고, 이스라엘은 그에 대한 보복을 선언했다.

그 속에서 일반인들의 삶은 더 처참해진다. 조금이라도 전쟁을 정당화해서는 안 된다.

전쟁은 무조건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어떤 폭력도 마찬가지다. 정말 꽃으로도 때리지 말아야 한다.

 

 
전쟁의 역설
당신이 석기시대에 살고 있다면 다른 누군가의 폭력으로 사망할 확률은 20퍼센트에 달한다. 그러나 2015년 현재, 그 확률은 1퍼센트 이하로 떨어졌다. 이는 놀랍게도 지난 1만 년간의 잔혹한 전쟁이 이루어 낸 결실이다. 저명한 역사가이자 고고학자인 저자는 반인륜적 범죄로 여겨지는 전쟁이 실제로 인류를 위해 얼마나 위대한 공헌을 해 왔는지 명확하게 보여 준다. 전쟁은 더 크고 강력한 조직을 만들고, 이를 통해 탄생한 국가 권력은 내부의 폭력을 억제시킨다. 사람을 죽이는 전쟁이 오히려 세상을 안전하게 만들고, 안전한 세상 속에서 인류는 부를 창출하였다. 그러나 1만 년간 이어 온 이 역설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인가? 저자는 과거와 같은 ‘생산적 전쟁’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고 예견한다. 그리고 향후 40년을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로 규정하고, 이를 안전하게 헤쳐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한다. 토마스 홉스부터 제레드 다이아몬드까지 수많은 학자들이 만나고, 기원전 67년 로마 원로원과 1992년 LA폭동 배심원들이 나란히 불려 나온다. 활과 화살부터 탄도 미사일까지, 수렵집단부터 유럽연합까지, 싸움 전문가가 된 인류의 수천 년 역사가 저자의 집요한 시선 아래 대륙과 대양을 넘나들며 박진감 있게 펼쳐진다.
저자
이언 모리스
출판
지식의날개
출판일
2022.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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