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의 시도 끝에 끝까지 읽었다.
농업혁명까지는 두세 번 읽었지만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하고 또 시간을 보낸 것이 몇 번이다.
이해가 어려울 정도로 글이 어렵지 않다. 쉬운 예시를 많이 들어 이해를 돕기도 했고 번역이 무척 자연스러워 글 자체는 막히는 부분이 없다.
나는 왜 이 책을 끝까지 읽지 못하고 몇 번 포기했을까?
일단 600쪽이 넘는 책의 양이 부담이기는 하다. 그러나 소설이기는 하나 토지 26권도 읽었던 경험이 있는데 책의 두께 때문에 지레 겁먹어서 자꾸 포기한 건 아닐 것이다.
일단 인문학이니 책의 흐름을 따라가기 어려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가졌던 것 같다. 농업혁명까지 읽어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그다지 없는데도 책이 점점 어려워질 테니 흐름이 끊기면 안 된다는 강박이 있었다. 그래서 어느 정도 읽다가도 이런저런 일로 며칠 책을 못 읽게 되면 다시 처음부터 읽으려고 하다 보니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혹시 나처럼 세계적인 석학이 적은 글이라는 점에 눌려서 이 책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면 아니라고 꼭 알려주고 추천해주고 싶다. 어렵지 않은 책이다.
유발 하라리가 인간의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을 보면서 그냥 계속 감탄하면서 읽었다. 내 얕은 지식으로는 반박할 내용은 찾아낼 수 없다. 받아들이기에도 바빴다.
15만 년에, 그 흐름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중심을 지키고 쉽게 적어가는 걸 읽으면서 그의 학문적 깊이가 얼마나 깊은지 알 수 있었다. 진정으로 잘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쉽게 설명한다.
학교 다닐 때 배울 바로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진화해서 네안데르탈인, 호모에렉투스, 호모사피엔스 이런 순서가 나타난 줄 알았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그것이 동시에 나타난 다를 유인원 종족들이라고 한다. 현대에 침팬지, 오랑우탄, 원숭이가 다른 유인원인 것과 마찬가지다. 여기서부터 놀라면서 시작했다. 내가 그동안 완전히 잘 못 알고 있었던 것이다.
직립보행이 우수한 인간의 특징으로 알았지만 그걸로 인한 고통도 생겼다는 점도 설명한다. 이런 이야기부터 농업혁명으로 인해 오히려 어려워진 인간의 삶과 과학혁명과 산업혁명을 거친 인류에 대해서도 조곤조곤 알려준다. 우리가 현재 진리로 믿고 있는 민주주의나 자본주의는 모두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이지만 이들에 대한 믿음으로 인류의 삶이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려준다.
앞으로의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걱정과 관점을 알려준다.
개인적으로 인류의 미래에 대해서는 걱정이 많은 편이다. 우리 아이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아이들이 소소한 행복감을 느끼면서 살아가기를 원한다.
며칠 전 AI전문가의 강의를 들었다. 이미 AI의 자기 발전력이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한다. 모든 창조적인 일을 AI가 더 잘해내는 세상에서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
이는 유발 하라리가 마지막에 말하는 인간의 행복의 문제와 연결된다.
인간의 행복을 어디에 둘 것인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자기의 창조성을 발휘하는 점이라고 한다면 AI가 사람의 창조성을 대신할 수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무기력해지기만 하지 않을까? 여기서 창조성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림을 그리고 게임을 하고 노래를 만들고 하는 자기 만족감을 가지게 하는 일이다. 그런데 벌써 이런 일들을 AI가 더 잘해내고 있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것이 이 책에서 던져주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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